다른 듯 닮은 704호 룸메이트 김태술과 천기범의 유쾌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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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복이 쌓인 눈이 2017년의 겨울을 반기는 어느 날이었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와 달리 라운드를 거듭하며 뜨거워진 프로농구가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기도 했던 그 날, 서울삼성썬더스의 룸메이트들을 만났다. 포지션이 같아 얼핏 보면 ‘경쟁’이라는 단어로 그 미세한 거리감이 있진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저 기우일 뿐이었던 두 룸메이트. 그 주인공은 썬더스 야전사령관의 현재와 미래 ‘김태술, 천기범’과 성실과 노력의 아이콘이자 올 시즌 더욱 빛나는 ‘이관희, 이동엽’이다. 먼저  프로 11년 차와 2년 차의 먼 시간이 무색할 만큼 찰떡 호흡을 보여준 김태술, 천기범 두 선수, STC 704호를 들여다본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 룸메이트의 호흡을 알아보기 위한 이구동성 게임을 진행했다. 그 결과는 영상에 나오듯 5개 중 2개가 일치했다. 다소 어려울 듯했던 ‘옆집’이란 키워드에 나란히 ‘누나’라고 대답하기도 하고 게임 이후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도 “우린 재밌는 게 좋은데.”라며 하나 된 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환상의 호흡은 인터뷰 내내 이어진다.




# 완벽이 단점인 방장과 그의 룸메이트, 예의 바른 막내

김태술과 천기범은 룸메이트 2년 차이다. 정확히는 천기범의 데뷔 시즌부터 2년 차인 지금까지 프로 생활 전부를 함께하고 있다. 얼핏 프로 11년 차와 2년 차의 거리 탓에 서로를 대함에 어려움이 있을 듯 했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스타일로 잘 맞춰 지내고 있었다.

“후배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 같아요. 방에서 필요한 것들 알아서 잘 준비하고 항상 일어날 때마다 인사를 해요.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처음 들어와서 한두 번하고 말겠지 생각했는데 계속 지금까지 하는 걸 보니까. 그런 인사를 받아서 좋다기보다는 그렇게 인사하는 기범이가 더 예뻐 보이더라고요.”

“기범이가 예뻐 보이더라고요.”라고 말하는 그의 눈과 말투에서 무심한 듯 꿀이 떨어졌다.

“같이 있어서 농구에 대해서 물어보기 편하고 같은 포지션이다 보니 배울 점이 많아요. 그리고 옆에서 항상 공부를 하세요. 책도 많이 읽으시고 영상도 찾아보고. 이런 모습을 보며 ‘아 나도 저렇게 해야 되겠다’라고 생각은 하는데 아직 못하고 있지만. (웃음) 그런 점을 보며 더 배우는 것 같아요. 프로라는 세계를.”

 이상적인 선배와 후배의 모습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아직 프로에 들어온 지 2년이 되지 않은 천기범에게 룸메이트이자 선배인 김태술은 농구뿐만 아니라 생활면에서도 이렇게 좋은 본보기이다. 그럼에도 마냥 좋은 점만 있을 순 없기에 살면서 느낀 서로의 단점은 없는지 물었다.

“너무 청소를 안 한다는 거. (웃음) 대부분 제가 청소를 안 하면 방쫄들이 하기 마련인데. (여운을 남기며) 예.. 그렇더라고요...”

“단점이 안보여요. 완벽주의자 같은 느낌이 들어요.”

 자신에게 보여주려 하지 않는 것인지 아님 자신이 어려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생활하며 느낀 형, 김태술은 너무 완벽하다고 한다. 그러한 완벽이 오히려 단점이라는 천기범. 그런 그를 말하는 형도 동생의 유일한 단점이 청소뿐이라고 꼽는 것으로 보아 이미 지난 시간동안 그들은 서로를 맞춰가며 좋은 룸메이트가 된 듯하다. 물론 청소 이야기가 이어진 이관희, 이동엽의 인터뷰에서도 언급되었던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인지 살짝 궁금해지긴 했다.




그렇다면 농구 선수가 아닌 사람으로서 두 선수는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후배이자 룸메이트 천기범에 대해 말할 때 김태술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예의, 좋은 인성’이었다.

“인사를 잘하는 모습에서 인성을 느낄 수 있었어요. 농구는 다 잘하고 싶지만 그럴 수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이니까.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앞으로 농구가 더 잘 되었을 때 현재와 같은 인성적인 모습이 잘 유지된다면 두 가지가 합쳐져서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친구에요. 말투가 센 거 같기도 하고 어눌한 거 같기도 한데 그런 모습이 매력적인 친구에요. 청소만 잘하면...(웃음)”

 역시 청소라는 긴 여운을 남겼지만 가끔 말투 탓에 ‘시크하다. 무심하다’라는 오해를 사는 천기범의 모습이 정말 오해일 뿐임을 직접 대변해주었다. 동시에 KBL의 스타 김태술이 그를 차세대 스타로 예고했다.

 차세대 스타에게 현 스타는 앞선 단점에 대한 답변과 같이 사람으로서도 최고이다. 인간적이지가 않을 만큼 완벽하다고 한다. 같이 사는 사람의 증언이 이러하니 자연히 정말 최고의 가드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쯤 김태술은 본의 아니게 왜 자신이 최고의 가드를 넘어 ‘스타’인지를 증명한다. “하나 만들어~ 정 없어 보이잖아. 나 그 정도야? (웃음) 더럽다 그래. (웃음)” 역시 스타가 되기 위해선 실력만 필요한 것은 아닌가 보다.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물었다. “그건 방에 가서 둘이서 할게요.”란 천기범의 대답에 두 선수는 슬며시 함께 웃었다. 끝까지 그들의 손발은 척척 맞았다.



+ “책이 맥심이야”

 김태술의 단점을 묻는 질문에 천기범의 생각이 길어지자 옆에서 선배의 멋진 어시스트가 등장한다. “책이 맥심이야.” 모두를 웃게 한 이 답은 앞서 자신의 장점으로 독서를 많이 하는 점을 꼽은 천기범의 말을 이용한 것이다. 이외에도 인터뷰가 진행되는 시간동안 분위기를 살리는 그의 굿 어시스트는 계속 이어졌고 덕분에 모두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 유머가 매력인, 주장 김태술

 이번엔 704호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먼저 방장 김태술. 썬더스의 얼굴마담이자 선수단 팬심은 내가 잡고 있다는 그가 말하는 자신의 매력 포인트는 단연 얼굴이 아닐까 생각했다. 질문에 돌아온 답변은 NO. 얼굴이 아닌 유머가 팬들의 오랜 사랑을 받는 비결이라 말하는 그의 말에 인터뷰를 진행하며 자연히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재치 있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띄워준 그이지만 ‘주장’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땐 한없이 진지했다.




올 시즌 첫 주장을 맡은 김태술. 썬더스 선수단을 이끄는 그의 리더십은 어떤 것일까.

“주장이라고 해도 후배들한테 주장이기 때문에 뭔가를 지시하는 게 아니라 수직 관계보단 수평 관계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수평 관계에선 누군가가 뭘 지시하거나 명령하는 게 없어야 한다는거죠. 내가 잘못했지만 가족처럼 그걸 안아줄 수 있는 배려, 예의가 필요해요. 경기가 지거나 팀이 분위기가 안 좋을 때 이렇게 이야기해요. 우리가 서로에게 농구를 잘하니 못하니 할 수 있는 사이는 아니다. 그러나 서로 잘못했을 때 가족처럼 안아줄 수 있는 사이는 되지 않느냐. 비시즌 다 같이 열심히 운동했고 다 같이 고생해서 이기려고 했는데. 저는 그런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선수단 모두가 ‘동료’라는 수평 관계 속 서로에 대한 믿음과 배려, 더 나아가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이런 그의 리더십 덕분에 시즌 초반 부진을 털어내고 썬더스가 더 좋아진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생각보다 무거운 책임감에 주장 체질은 아니라며 고개를 가로 젓는 그이다. 지난 커피 내기를 이야기하며 이처럼 어려움이 있을 때 주변 동료들이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다는 말에 미소를 띠며 긍정을 표시한 김태술.

 썬더스는 이전부터 선수들이 너무 순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이러한 점은 주장으로서 그가 보기에도 같은 듯하다. 선수단 자랑을 해달라는 말에 바로 나온 답변이 “순하다”이다. “유독 순한 선수들이 많다. 선수들 간의 사이도 좋고 선후배 관계도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조화가 잘 이루어지는 것 같다.” 선수단의 이런 특성과 그의 노련한 리더십이 이번 시즌 썬더스가 임동섭, 김준일의 공백을 잘 메워가며 순항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자신이 힘들 땐 선수들이 도와주고 선수들이 흔들릴 땐 먼저 나서 이끄는 팀워크가 빛을 내는 것이다. 또한 그의 말대로 이런 부분이 남은 시즌 팀이 지금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는 후배들에 대한 애정 또한 남다르다. 이번 시즌 주목해봤으면 하는 선수를 꼽아달란 질문에 “저보다 어린 선수들을 모두 주목해서 보시면 좋을 것 같다.”라 말한다. 덧붙여서 “아직 자신이 원하는 만큼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에 특히 응원하는 선수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라 당부의 말 또한 잊지 않았다.

 스스로는 주장 체질이 아니라 하지만 팀에 대해, 선수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에게서 듬직한 주장의 모습을 보았다. 또한 모든 답에 자신보단 동료들의 덕임을 늘 강조하는 그를 보며 이미 완성형 주장이 아닌가란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그가 주장으로 이끄는 썬더스의 남은 17-18시즌의 선전이 기대된다.



+ ‘오.. 갑자기 슛이..?’

 지난 10월 20일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와의 경기에서 김태술은 리바운드 경합 중 로드 벤슨에게 안면을 강타 당했다. 눈 부위를 감싸 쥐며 쉽게 일어나지 못했고 혹여나 큰 부상은 아닐까 우려되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지난 뒤 그 순간은 의외의 터닝 포인트로 회자되고 있다. 해당 경기 이전 두 경기 합 10점에 그쳤던 슛 감이 바로 다음 고양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13점,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15점으로 살아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질문을 했고 돌아온 답변은 역시 ‘언어의 마술사’다웠다.

 "실제로 그 경기 이후에 슛이 좋아지긴 했다. 사실 그건 우스갯소리이고요. 근데 저는 평소 제 시력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병원에서 눈 검사를 해보니까 시력이 안 좋아서 안경을 맞췄어요. 생각을 해보니까 눈을 맞고 눈이 좀 흐릿해지다 보니까 집중력이 더 좋아지지 않았나 싶네요. (웃음)“



# 영원한 썬더스맨이 되고픈 천기범

 이번엔 704호 막내의 이야기이다. 어릴 때부터 썬더스의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그래서 지명 당시 썬더스에 뽑혀 좋았다는 천기범. 2012년 부산 중앙고시절 김현준 농구장학금 수상자 경력도 있는 그는 썬더스의 프랜차이즈를 희망한다. 방장의 말을 빌리자면 무뚝뚝한 말투가 매력적인 선수. 청소가 단점이라는 말에도 “사람 사는 게 그런거죠.”라고 슬며시 웃는 그의 이야기이다.



천기범은 천상 농구선수이다. 비시즌 여러 매체에서 올 시즌 주목할 선수로 지명할 만큼 기대를 받으며 출발한 17-18시즌이지만 안타깝게도 개막 경기 1분 45초만을 뛰고 발목 부상을 당했다. 그 순간을 떠올리며 그는 “열도 받고 속상했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비시즌 열심히 준비하고 이제 그 기량을 선보일 시간에 닥친 부상이기에 어느 선수든 그런 감정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 순간을 회고하던 그의 결연한 표정엔 누구보다도 강한 농구에 대한 간절함, 열정이 담겨 있었다. 농구에 대한 이런 그의 열정은 농구가 재미있냐는 다소 원초적인 물음의 답에서도 느낄 수 있다. “재밌죠.”라며 일말의 고민도 없이 답한 그는 이어서 “제가 좋아해서 했던 농구였고 아직까지도 재밌게 하고 있어요.”라 한다. 어떤 부분이 유독 재밌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시합을 뛰는 자체가 재밌어요. 시합 안 뛰고 운동할 때는 힘들긴 해도 시합 뛰는 생각을 하면 즐겁게 운동할 수 있어요.”라 답했다. 사실 흔히 말하는 재활, 혹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순간이 마냥 힘들게만 느껴질 수 있지만 다시 경기를 뛸 순간을 떠올리면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천기범이다. 불의의 부상으로 더딘 출발을 하고 있는 이번 시즌이지만 그 힘든 시간조차도 경기 뛸 생각을 하며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는 그의 마음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조만간 팬들이 기대하는 ‘천기범의 플레이’를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는 앞서 언급했듯 룸메이트이자 주장, 동 포지션 선배가 예고한 차세대 스타이다. 김태술은 더 좋아질 실력과 현재 가지고 있는 좋은 인성이 더해진다면 가능하다고 했지만 감히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면 바로 팬심을 끄는 매력이 아닐까. 유독 선수단 내에서 남자 팬이 더 많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스스로 팬이 은근히 없다 말하는 그에게 혹시 특별히 노력한 점은 없는지 궁금했다. “태술이형 팬들이 저를 옆에서 좀 도와주면 될 것 같다.” 모두의 미소를 자아낸 이 말에 대해 옆에 있던 김태술의 의견을 묻자 그의 농담인 듯 진지한 답변이 이어졌다. “말을 좀 부드럽게 하면 될 것 같아.” 핵심은 여기이다. “이름을 기억하는 게 중요해. 근데 몇 번 틀려야돼. (웃음)” 그의 입담을 듣다 보니 어쩌면 그가 전수하고자 했던 팁은 이런 실질적인 조언보다도 그의 유머 센스가 아닐까 싶었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천기범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동안 자연스레 떠올랐던 문구이다. 그가 농구를 대하는 그 즐거운 마음이 결국엔 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더 좋은 실력으로 이어져 팬들에게 다가오길 기대한다. 동시에 그가 오랜 시간 꿈꿨던 썬더스 입단이 이뤄진 만큼 프랜차이즈가 되고 싶다는 그 바람도 꼭 이뤄지길 응원하며 더불어 모든 팬심까지 접수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 둘만 모르는 영혼의 듀오, 천기범과 이관희

 그들에게 6년의 나이 차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만나면 투닥투닥이지만 제 3자의 눈엔 그저 우애 좋은, 주장이 강조하는 ‘가족’ 그 자체였다. 이번 시즌 천기범이 빅토리송을 출 때도 뒤에서 제대로 추라고 한마디 거드는 이관희였고 이런 모습을 보며 그는 마치 친형에게 한마디 하는 친동생의 툴툴거림을 선보였다. 그런 그에게 물었다. “천기범에게 이관희란?”

 “진드기? (웃음)” 라고 답한 뒤 바로 “고마운 형이죠. 준일이형이란 친한 형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팀 처음 와서 낯설 때 먼저 다가와 줬어요. 원래 안 그러던 형이라고 들었는데. (웃음) 먼저 다가와 줘서 다른 형들이랑도 잘 어울릴 수 있게 해줬어요. 너무 붙어 다녀서 이젠 좀 거리를 뒀으면..(웃음)”

 시종일관 훈훈함이 넘쳤던 STC 704호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되고 이어서 옆방 703호가 기다리고 있다. 704호와는 또 다른 매력의 룸메이트가 살고 있는 703호. 둘만 모르는 영혼의 듀오, 천기범과 이관희의 ROUND 2도 담겨 있는 그 다음 이야기는 2편에서 이어진다.


기사, 기획 - 김병천, 김지연 명예기자
영상 - 점프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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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천 | 2017.11.29 | hit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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